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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포노사피엔스 - 최재붕 지음, 쌤앤파커스

by A6K 2021. 2. 14.
2015년 3월, 영국의 대표 대중매체 <이코노미스트>는 '포노 사피엔스'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내용을 실은 표지 기사 '스마트폰의 행성Planet of the phones'을 게재했습니다. 기사는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대'가 왔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류는 도구의 사용으로 문명의 시대를 꽃 피워왔다.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에는 돌을 깨거나 갈아서 만든 도구를 이용했다. 석기 시대 문명은 청동기 시대 문명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석기문명은 지고 청동기 문명이 주류 문명을 이루게 된다. 그 이후에는 철기 문명이 청동기 문명을 대신했다.

이후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사용하는 도구들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가장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도입으로 또 다른 혁명이 진행중이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의미를 갖는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스마트폰을 자기 몸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인류를 '포노 사피엔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디바이스가 출시되었고, 그 편리함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우리의 삶에 사용하고 있다. 국가나 언론 등에서 쓰라고 유도한 것이 아닌 인류 스스로가 새로운 기기를 받아들이고 배우고 익혀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자발적인 선택에의한 변화를 저자는 '진화'라고 부른다.

생물학적으로 수 만년 전의 인류와 지금의 인류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인류가 사용하는 도구가 발전하면서 문명이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채널이 완전하게 바뀌었다. 전세계 36억 인구가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개인과 사회가 매우 달라졌다.

스마트폰은 인공장기라고 부를 정도로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사회적 연결을 맺고, 정보를 찾는 것을 넘어서 인터넷 뱅킹과 TV 컨텐츠를 소모한다. 우리의 곁엔 항상 스마트폰이 있다.

출처 : Pixabay

스마트폰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플랫폼이 빠르게 바뀌면서 각 세대별로 적응하는 속도가 매우 차이나기 시작했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출생한 사람들을 일컫는 '베이비 붐' 세대, 1965년부터 1976년 사이 태어난 'X 세대' 그리고 디지털 소비 혁명의 주역인 1980년부터 1996년 사이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로 이어졌다.

2010년 이전까지는 '제조, 금융, 에너지'를 기반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시장을 주도하고 부를 축적하면서 사회 질서를 결정하는 핵심 세대로서의 역할을 했다. X 세대는 IT기술을 활용하여 베이비붐 세대가 구축해놓은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로 넘어오면서 기존 시스템은 처참하게 파괴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 체계는 아마존과 쿠팡,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흡수되었다. 덩치가 큰 금융권 역시 카카오 뱅크와 토스 같은 테크핀 기업들에게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 미디어를 주름잡았던 신문과 방송 같은 매체는 더 이상 자신들의 힘을 발휘하지 못 하며,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에게 소비자들의 스크린 타임을 빼앗기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까지...)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위기와 기회, 혁명의 두 가지 얼굴이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 익숙해져있는 기성세대에게는 큰 위기이며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기회가 온 것이다.

출처 : Pixabay

스마트폰의 등장은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결국, 이 비판은 법과 규제에 반영되어 지난 10년간 대한민국은 디지털 문명에 대한 철벽의 방어막을 치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사회가 이렇게 빠르게 바뀌다보니 세대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책에서는 택시를 언급하고 있다. 우버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적극 도입하는 대신 택시 업계의 생존권과 택시의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우버의 진입을 막았다. 뭐가 잘 한것이고 잘못 되었다는 가치판단은 하지 않겠다. 하지만 우버를 막는다고 폰을 이용한 새로운 플랫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자동차를 이용한 운수업인 택시가 등장하고 마차와 인력거가 사라진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데이터에 의한, 데이터를 위한, 데이터의 비즈니스는 다른 말로 '고객이 왕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포노 사피엔스가 주도하는 디지털 문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이 왕'인 시대에서 '소비자가 왕'인 시대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손에 쥔 스마트폰 덕분에 어느 기업이든 나를 만족시키는 서비스만 제공하면 순식간에 이동 가능한 시대이기 때문이죠.

정보 전달의 유통 채널을 쥐고 권력을 가졌던 기존 매체들은 포노 사피엔스 경제에 들어서서 힘을 잃었다. 이제는 직접 뉴스를 찾아보거나 블로그, 유튜브 등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다. 음악 유통에 큰 영향을 미쳤던 TV와 라디오의 영향은 이제 사라지고 최종 소비자들이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 음악을 소비하게 된다.

이렇게 세상이 바뀌면서 중앙에서 유통 채널을 쥐고 있는 권력은 사라지고 소비자의 영향이 점점 거세진다. 특히 '팬덤'이 포노 사피엔스 경제의 새로운 권력으로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느냐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광고할 수 있는지 보다 더 큰 요인이 되어 버렸다. 팬덤을 통해서 사용자들은 직접 제품들을 추천하는 열렬한 전도자가 된다.

숫자로 보자면 게임산업은 이미 엄청난 스포츠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북미에서는 시장 규모로 추산할 때 미국 4대 프로 스포츠 중 하나인 아이스하키를 이미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만큼 e-스포츠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기성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견해차가 가장 극심한 분야가 바로 게임일 것이다. 기성세대는 셧다운제라는 기이한 규제를 만들면서까지 게임 산업을 규제하려고 애썼다. 그 사이 전세계 게임시장은 스트리밍 채널을 만나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e-스포츠라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만들어냈다. (아... e-스포츠는 한국이 종주국이다. 한국에서 시작했다. 분명히...)

페이커는 30억이 넘는 연봉을 받으며 프로야구 선수 연봉을 훨씬 상회하는 돈을 벌고 있다. 한국에서도 유명하지만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실제로 유럽 여행을 다니다가 아르헨티나 꼬마와 잠깐 얘기할 일이 있었는데, 코리아를... 그것도 페이커를 알고 있었다.

<포노 사피엔스>에서는 이제는 결국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기업들이 성공할 것이고,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을 잘 알아야한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을 잘 알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들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출처 : Pixabay

사실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과 트렌드를 모두 따라가기가 벅차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인 나 조차도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따라가지 못 하면, 진화의 전쟁터에서 멸종해버리는 수 밖에 없다. 진화의 전쟁터에서 포노 사피엔스로의 진화를 마친 기성세대는 훨씬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은 베이비부머와 X세대 등 기성세대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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