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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 - 델리아 오언스, 살림

by A6K 2021. 1. 24.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라는 책은 리디북스의 독서 뷔페 서비스인 '리디 셀렉트'의 주간 차트를 통해서 읽기 시작했다. 단순히 '소설을 읽어야지'라는 생각에 선택한 책인데, 2019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이고 뉴욕타임즈 40주 연속 베스트 셀러를 기록한 책이라는 것을 중간쯤 읽었을 때 알게되었다. 어쩐지 어마어마한 흡입력이라더니....

특히 이 책의 내용이 영화화 된다고하니 개봉하거나 VOD로 나오면 꼭 봐야겠다. 개인적인 경험상 책을 기반으로 영화화 된 경우 책이 압도적으로 재미있었다. <해리포터>가 그랬고 <반지의 제왕>, <호빗>이 그랬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또 어떻게 습지의 아름다운 모습과 카야의 우울함이 녹아있는 판자집을 영상화 할지 기대된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주인공은 '카야'(본명은 캐서린 클라크)라는 여자 아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아우터 뱅크스 인근 습지가 주요 무대다. 카야는 바클리코브라는 작은 어촌마을과 가까운 습지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카야의 엄마가 집을 나간다. 자상하고 누구보다 자신의 아이들을 사랑했던 엄마가 퇴역군인 출신이자 술독에 빠져있는 아버지의 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친정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이미 카야의 큰 언니, 큰 오빠들은 아버지의 폭력에 집을 나가 연락이 안됐다. 그리고 바로 위 오빠인 조디마저 집을 나가고 카야는  아버지와 함께 습지에 있는 판자집에 남겨지게 된다.

도박과 술에 빠져 집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가 조금씩 주는 돈으로 혼자 바클리코브에 가서 장도보고 필요한 물품도 사고, 점핑 아저씨한테 보트에 넣을 기름도 사면서 잔인할 정도로 가혹한 현실에 적응해나간다. 카야는 습지의 자연과 친구가되어 성장한다. 갈매기들과 친구가 되고, 모래에서 배움을 얻었으며 '호소(lagoon)'를 보트로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호소를 돌아다니다 자신보다 4살 많은 조디의 친구인 테이트를 만나게 된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도 가르쳐주고, 책도 빌려주면서 카야의 성장을 돕는다. 비록 학교는 딱 하루만 가봤지만 카야는 글도 읽을 줄 알고 책도 읽을 줄알며, 심지어 시도쓰고 습지의 생태계에 대한 책도 쓸수 있게 된다. 덕분에 더 이상 홍합을 채취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다가 카야는 배운적없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테이트에게 느끼게 된다. 테이트 역시 카야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둘은 사귀게 된다. 행복한 나날들이 지나가고 테이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대학교에 진학하게 된다는 것은 곳 바클리코브를 떠나게 된다는 의미다. 카야는 그렇게 첫 번째 사랑과 이별을 하게 된다.

출처 : Pixabay

소설의 마지막까지 카야의 삶에는 '이별'이 줄을 이었다.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엄마가 카야를 떠났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언니 오빠들은 집을 떠났고, 엄마가 떠나고나서 조디도 떠났다. 사이가 좋아지는 듯하던 아빠도 언젠가부터 집에 오지 않았고, 첫 사랑이던 테이트도 대학교에 진학하더니 떠났다. 그리고 체이서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마저도 끝이 좋지 않았다.

"알아. 네가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도 당연해. 너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다만......"
"이래서 아무도 나를 모른다고 하는 거야." 카야가 언성을 높였다. "난 한 번도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았어. 사람들이 날 미워했어. 사람들이 나를 놀려댔어. 사람들이 나를 떠났어. 사람들이 나를 괴롭혔어. 사름들이 나를 습격했단 말이야. 그래, 그 말은 맞아. 난 사람들 없이 사는 법을 배웠어. 오빠 없이. 엄마 없이! 아무도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고!"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중, 풀꽃

너무나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 카야는 홀로 사는 법을 배웠다. 홀로 사는 법... 이야기를 읽다보면 카야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러 차례 이별을 경험했지만... 그로 인해 감정에 상처를 입었지만 그녀의 곁에는 항상 자연이 있었다. 부리에 빨간 반점이 있는 갈매기들인 '빅 레드'가 함께 있었다. '혼자사는 법을 배웠다'라는 말은 오로지 바클리코브 사람들의 시선으로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역시 바클리코브 사람들과 다를바 없는 모습으로 사는게 아닐까 싶다.)

바클리코브 마을 사람들은 마을 외곽의 습지에 사는 카야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다. 가뜩이나 소설의 시대배경이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50년대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라고 쓰지만 2020년대라고 차별의 시선이 사라졌을까? 습지의 물은 깨끗하지만 사람들의 차별은 그들의 가슴속에 있는 흙탕물 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카야를 '마시걸(Marsh Girl)'이라고 불렀다. 습지에 사는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이름을 부르지않고 습지에나 사는 여자라는 뉘앙스다.

출처 : Pixabay

소설은 두 개의 사건 흐름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흐름은 엄마가 집을 나가고, 오빠인 조디도 집을 나간 절망적인 상태에서 꿋꿋하게 성장해나가는 카야의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체이스 앤드루스'의 시체가 발견되고 마을 보안관이 범인을 잡는 이야기다. 이 두 개의 이야기 전개는 처음엔 별개로 진행되다가 점점 서로 개연성이 만들어지면서 후반부에서는 합쳐진다. 성장 드라마와 범죄 드라마 동시에 진행된다.

후반부에는 법정 드라마로 또 한번 전환된다. 초반에는 습지에 사는 카야의 성장 드라마가 메인 스토리다. 하지만 이 두 개의 스레드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소설의 흡입력은 폭발해버린다. 책을 읽다가 취침 시간을 놓쳐버렸다. 도저히 피곤해서 안될 정도까지 책을 읽다가 잠들어 버릴 정도로 재미라는게 넘쳐흘렀다. 검사와 변호사가 하나의 사건, 마을사람들의 증언을 두고 서로 유리하게 해석하려는 말싸움이 정말 재밌었다.

출처 : Pixabay

주인공 카야는 자연을 닮았다. 자연은 '스스로 자'에 '그러할 연'을 쓴다. 인위적인 어떠한 힘에 의해서 만들어 진게 아니다. 카야 역시 그랬다.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학교는 딱 하루만 갔었고, 사회복지를 위해 카야를 보호시설로 데릴러 가려는 시도 또한 허사가 되었다. 카야는 습지의 일부였다.

자연은 자연을 훼손하는 자에게 반드시 응징을 가한다. (그리고 자연처럼 카야는 매우 매혹적이라고 한다.)

스포일링이 될 수도 있으니.. (출처 : 김성모 화백)

소설은 어맨다 해밀턴의 시로 끝이난다.

반딧불

그를 꼬드겨내는 건
밸런타인의 불빛을 깜박이듯 쉬웠지
하지만 숙녀 반딧불처럼
그 불빛들에는 죽음의 은밀한 부름이 담겨 있네

마지막 터치,
끝이 아니야
마지막 발자국, 덫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네
그 눈이 내 눈을 꼭 붙들다
끝내는 다른 세상을 보지

그 눈이 달라지는 걸 봤어
처음에는 질문
다음에는 해답
마침내 끝

그리고 사랑 그 자체가 스쳐지나
그게 무엇이었든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네

암컷 반딧불이는 꽁무니에서 불빛을 뿜어 수컷에게 짝짓기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꽁무니에서 불빛을 뿜어 어떤 암컷들은 지그재그 댄스를 추며 점, 점, 점, 줄의 신호를 보내기도 하고, 또 다른 반딧불이는 다른 배턴으로 춤을 추기도한다.

하지만 언제는 암컷 반딧불이가 암호를 변경하기도 한다. 다른 신호를 반짝거리는 반딧불이에게 다른 종의 수컷이 날라온다. 수컷은 짝짓기 의사가 있는 자기 종의 암컷을 찾았다고 확신하고 암컷의 머리 위에서 빙빙돈다. 그러다가 별안간 암컷 반딧불이는 수컷을 다리로 잡고 잡아먹어버린다.

자연이란 참 심오하다.

출처 : Pixabay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읽으면서 외국 소설이라는 느낌을 잘 받지 못 했다. 어색한 표현은 별로 없었다.

보트가 부드러운 물살을 타고 표류하자 카야는 낑,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태양의 영토를 빼앗고 있던 구름이 소리 없이 묵직하게 이동하며 맑은 수면에 비친 하늘을 밀어내고 그림자를 질질 끌고 와 덮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중, 보트와 소년

이 책의 원서를 읽지는 않았지만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예쁜 말을 맛깔나게 잘 표현했다. 원작이 표현을 잘 해놓은 건지 번역을 할 때 의역이 제대로 섞여서 빛을 발한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번역된 책을 읽는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었다. 참 잘 변역된 책인 것 같다. 번역하신분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대충 이런느낌? 근데 이건 오트밀 (출처 : Pixabay)

소설의 내용과는 별개로 궁금했던게 있었다. 어린 카야가 끼니를 때우기 위해 수도 없이 먹었던 '그리츠'라는 음식이다. 어린 아이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같은데 들어본적이 없으니 어떤 음식인지 머리속에 그리기가 힘들었다.

찾아보니 그리츠는 미국 남부에서 즐겨 먹는 요리로 옥수수를 갈아서 삶은 다음 우유와 섞어서 요리한 옥수수 죽 같은 음식이라고 한다. 옥수수 죽이 기본이고 여기에 고기를 넣을 수도 있고, 새우를 넣어서 먹을 수도 있다. 빻은 옥수수 가루와 우유만 있으면 바로 끓여 먹을 수 있으니 어린 카야도 잘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리라.

출처 : Pixabay

마지막으로 소설의 배경이 되는 습지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했다. 바클리코브라는 마을은 가상의 마을이지만 노스캐롤라이나의 '아우터 뱅크스'라는 곳은 실제로 있는 지역이다. (구글맵 : 노스캐롤라이나 아우터 뱅크스)

노스캐롤라이나 아우터 뱅크스 (출처 : Google Map)

대서양을 항해하는 배들의 무덤이라고 하던데 그럴만도 하다. 항해하다보면 가까이 있는 아우터 뱅크스에 걸려 좌초하는 배가 많을 것 같다. 실제로 가보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할 것 같기도 하다.

책은 정말 재밌게 읽었으니 이제 영화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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