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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1, 2 - 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by A6K 2020. 12. 17.

읽을 책을 찾아보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1>, <기억 2>가 평점 순위에 있는 것을 보고 읽기 시작했다. 평소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꽤나 특이한 책의 표지가 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소설의 줄거리를 나열하기 때문에 스포일링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기억 1의 르네-게브, 기억 2의 오팔-누트

<기억>의 주인공은 역사교사인 '르네'라는 인물이다. 소설은 르네가 동료인 엘로디를 따라 '판도라의 상자'라는 유람선 공연장에 최면공연을 보러 간 장면에서 시작한다. 오팔이라는 최면사의 공연에서 르네는 퇴행최면을 경험하게 된다.

눈을 감고 머리속에서 시각화된 계단을 내려간다. '무의식의 문'이라는 녹슨 육중한 자물쇠가 달린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간다. 번호가 붙어 있는 문들이 나열되어 있는 긴 복도가 나온다. 르네의 복도에는 총 111개의 문이 나열되어 있다. 소설은 이 문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전생의 자신과 소통하고 그들에게서 도움을 얻어가며 진행된다.

르네가 처음 마주친 전생은 그가 가장 영웅적인 삶을 살았던 때로 선택한 109번 문 뒤에 있었다. 이폴리트 펠리시에라는 프랑스 군인이었다. 시대는 1차 세계 대전. 잠깐 동안 자신의 전생인 이폴리트의 삶을 체험하다가 전투 장면에서 르네는 갑작스레 현실로 돌아온다. 전쟁의 충격을 그대로 간직한채. 핏기가 사라진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르네는 '판도라의 상자' 공연장을 박차고 나간다. 공연장 밖 센강 변에서 칼을 든 노숙자 강도를 만나게 되었고 르네는 자신을 방어하다가 결국 노숙자의 칼로 노숙자를 죽이게 된다. 마치 전쟁터의 이폴리트처럼.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현실에 자수를 할지 말지 고민을 하다가 르네는 노숙자의 시체를 센강에 던져버린다.

원래 최면을 믿지 않는 르네는 자신의 무의식에 잘 못된 암시를 심어놓았다는 생각에 다시 오팔을 찾아가게 되었고 또 다른 전생들과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르네는 점점 최면과 전생에 심취하게 된다.

아틀란티스 (출처 : pixabay)

그러면서 1번 문의 뒤에 있는 '게브'라는 인물과 만나게 된다. 이 때에는 전생의 인물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게브'라는 인물은 아틀란티스에 살고 있는 키가 17미터나 되는 거인이다. 현세에서 아틀란티스는 신화속에 나오는 가상의 대륙일 뿐이나 르네는 퇴행최면을 통해 게브를 만났고 아틀란티스에 대해 깊게 매료된다.

르네의 살인 행위는 결국 경찰에게 발각되었고 체포된다. 르네는 엘로디의 도움으로 교도소에 수감되는 대신 엘로디의 지인이 운영하는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하지만 정신병원에서는 사람의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전기 충격을 가하는 말도안되는 방법으로 치료가 자행되고 있었다. 르네는 자신의 전생 중 이폴리트를 현세로 불러들여 정신병원에서 탈출한다.

정신병원을 탈출한 르네는 오팔의 도움으로 파리 시내를 벗어났고 프랑스 남부로 이동한다. 이동하면서 자신의 전생 중 '레옹틴 드 빌랑브뢰즈 백작 부인'이 숨겨둔 황금을 캐내어 요트를 구입해 이집트로 이동하게 된다.

사실 레옹틴의 황금 덩어리를 캐는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르네라는 인물이 체험한 전생의 이야기들이 사실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그의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 한 구석에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전생이 숨겨둔 물리적으로 실존하는 황금을 캐는 장면을 보는 순간 그런 의심을 사라졌다. 그 순간부터 소설에 급속도로 빨려들어가게 되었다.

피라미드가 사실은 키가 17미터인 아틀란티스인이 쌓았다는... (출처 : pixabay)

르네는 멸망할 운명에 처한 아틀란티스인인 '게브'에게 도움을 주어 80만명 중 일부 아틀란티스인을 생존하게 도와준다. 그리고 이집트가 있는 곳으로 항해술을 가르쳐주면서 인도한다. 르네는 게브로하여금 이집트에서 아틀란티스인은 멤피스라는 도시를 세우고 주변에 있는 원시인들을 교화시키고 종교를 통해 통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면서 잊혀진 아틀란티스인들의 기억을 현세에 전하기 위해서 기록을 남기도록 한다. '게브'에게 이집트 인근에 있는 커다란 동굴의 위치를 알려주고 기록들을 그 동굴에 보관하도록 했다.

동굴에 도착한 르네는 한 쌍의 거인 뼈를 발견하게 되고 '게브'의 뼈와 그가 남긴 두루마리 기록들을 현세에서 발견하게 된다. 그 사이 프랑스에서는 르네의 정당방위가 인정되었고 정신병원의 가학적인 치료가 세상에 알려졌다. 르네는 엘로디의 도움을 받아 거인의 뼈와 아틀란티스의 기록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이집트의 정치적인 이유로 '유적 파괴' 죄로 르네와 오팔, 엘로디와 일행들이 감금된다.

이번에도 르네는 전생의 사무라이 '전갈'의 도움을 받아 감옥에서 탈출한다. 탈출한 이들은 대서양의 버뮤다로 향해 그들이 경험하고 알게된 것들을 세상에 알리려고 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1번째인 게브에서 112번째인 르네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생이 이어졌다. 이들은 자신이 살아보고 싶다고 느낀 삶을 다음 생에 살게 된다.

최고의 호의를 베푸는 녀석들... (출처 : 매드맥스)

소설의 제목인 기억을 한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인공인 '르네'는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다. 역사는 여러세대에 걸쳐 축적된 기억의 산물이다.

하지만 기억은 절대적이지 않다. 기억속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경험이 사실은 조작된 가짜인 경우가 많이 있다. 심지어는 암시를 통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조종할 수 있기까지하다. 기억의 산물인 역사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우리가 역사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실제로는 팩트와 매우 다른 경우가 많이 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서 기록된다. 때문에 실제보다 승자에 유리하도록 조작될 수 밖에 없다.

도피 중에 레옹틴의 황금 덩어리를 캐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다. 르네가 퇴행 최면을 하지 않았으면 저택의 한쪽 구석에서 모두에게 잊혀진 채로 영영 발견되지 않았을 황금이 르네에 의해서 다시금 가치를 얻게 되는 장면이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혹은 기록되었지만 제대로 기록되지 않은 것들을 새로이 알게되거나 정확하게 바로잡는 것이 마치 저택에서 황금을 캐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아틀란티스 인이었던 '게브'와 그의 연인인 '누트'는 고대 이집트의 땅의 신과 하늘의 여신의 이름이다. 주인공의 이름인 '르네'는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프랑스어 동사인 renaitre의 변화형 rene에서 왔다고 한다.

밑 줄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은 그저 삶의 항해에서 만나는 잔파도에 불과하다. 그게 없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거짓에 익숙해진 사람의 눈에는 진실이 의심스럽게 보이게 마련이다.
애벌레한테는 끝인 것이 사실 나비한테는 시작이죠
망각의 형벌은 대역 죄인에 대한 기억을 사후에 모조리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죄인의 사후에까지 계속 적용되는 이 벌은 한 인간에게 내려질 수 있는 최악의 형벌로 여겨진다.

이번책은 술술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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