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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by A6K 2021. 7. 12.

밀리의 서재에서 눈길을 끄는 제목의 책이 있어서 읽기 시작했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겉표지에는 대마초 그림과 함께 '교양으로 읽는 마약 세계사'라는 소제목(?)이 달려있었다.

"우리는 마약을 잘 아는가?"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마약이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부터해야한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마약은 '악마의 약' 정도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마약이라는 단어의 '마'자는 악마 혹은 마귀를 지칭하는 '마(魔)'자가 아니라 '마비시킨다'라는 의미의 '마(痲)'자라고 한다. 이 '마(痲)'자는 '삼 마(麻)' 자에서 파생된 글자라고 한다. 마약이라는 단어를 거슬러올라가면 대마초가 있나보다.

마약의 역사

아무튼 마약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기원전 3000년경 큰 문명이 생기고, 도시가 생기고, 문자도 생기면서 기록이라는 것이 남게 되었는데, 이 시대부터 마약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다. 즉, 문자의 역사보다 마약의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대시대에는 마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마약은 신의 선물이라고 받아들였는데, 마약을 하면 고통도 줄어들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뭐 크게보면 술먹는것과 다를바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고대 시대의 마약은 대마초와 아편, 환각 버섯 등이 주를 이뤘다. 이런 마약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고대 그리스를 지나 로마시대까지이어졌다. 그 때까지도 마약에 대해서 죄악시하는 풍토는 크지 않았다.

그러다가 기독교기 도입되면서 마약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졌다.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로 공인되면서 마약과 알코올에 대한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기독교 이전의 로마에는 전통 종교와 그리스신화, 이집트 신화와 샤머니즘 등 기타 이민족의 종교까지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었다. 로마는 다신교가 익숙했고, 저항만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탄압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독교는기존의 이교도에 대한 관용을 없애버렸고, 기독교 내부에서의 주도권 다툼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과 마약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알콜이 먼저 탄압받았다고 한다. 당시 마약은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마약이 거의 유일한 의약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종교의식에서 많이 사용되던 마약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 굉장히 불편했던터라 마약을 죄악시하고 이를 이용해서 다른 종교나 기독교내 다른 분파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마약을 사용한 종교적 엑스터시나 황홀경을 모두 불법화하고 참여자는 최대 사형에 처했다고한다. 이게 중세까지 이어져 마녀사냥의 시초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후 산업화시대를 거치면서 다시 마약이 고개를 들었다. 바로 각성효과 때문이다. 일본은 히로뽕이라고하는 메스암페타민을 만들어 카미가제들에게 투여하기도 했다고하며, 공장에서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위해 각성효과가 있는 마약이 사용되었다는 역사도 있다. 이후 세계대전 시절에는 진통제로 무분별하게 투입된 모르핀에 중독된 군인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마약에 대한 역사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흥미롭게 읽을만 했다.

출처 : Pixabay

마약의 종류

책의 중반부부터는 마약을 과학적으로 구분하고 설명했다. 마약은 천연마약과 합성 마약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각버섯이나 대마초, 코카인, 아편(양귀비) 같은 것들은 천연 마약으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온 식물에 추출한 성분들이 주를 이룬다. 뭐 알코올과 담배도 천연 마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합성마약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마약들이다. 히로뽕이라고 불리는 메스 암페타민, 파티 마약으로 잘 알려져있는 엑스터시(MDMA), LSD 그리고 최근들어 마약으로 분류된 프로포폴 등이 만들어진 마약에 해당한다.

마약의 투약시 반응에 대한 구분으로 '업'타입과 '다운' 타입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업 타입은 마약을 했을 때, 각성되고 흥분하여 과잉행동을 불러이르킬 수 있는 종류를 의미한다. 반대로 다운타입은 환각을 보거나 기분은 좋아지지만 늘어져있게 만드는 마약이다. 책에서는 마약의 종류에 따라서 업과 다운 계열을 설명한다.

출처 : Pixabay

다시, 마약이란?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면, "마약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마약은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물질이나 제품을 의미한다. 마약은 의존성이 있기 때문에 중독으로 이어지고, 사용자의 신체에 피해를 입히며 사회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킨다. 마약으로 지정된 대마초나 코카인, 필로폰 등이 대부분 그렇다.

"그렇다면 술과 담배는?"이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론 술만한 것이 없다. 음주운전은 대표적인 사회문제이고, 음주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알콜중독자의 숫자가 적지 않음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안다. 담배 역시 높은 성인 흡연율과 담배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폐질환을 생각해보면 마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대마초의 인체 위해성과 중독성향은 담배보다 낮다고 한다. 심지어 하드럭이라고 할 수 있는 코카인의 중독성이 담배보다 살짝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마약의 독성과 의존도 (출처 : 위키백과)

흥미롭다. 술과 담배는 더 독성이 있고, 의존도가 높지만 마약이 아닌데 대마초나 엑스터시, LSD 같은 물질은 마약으로 분류되어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는 알코올이 다른 물질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무슨 기준으로 "마약"을 지정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봤지만 잘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금주령을 시행했던적이 몇 번있다. 술의 의존성과 독성,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과 종교적인 영향까지 더해졌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금주령을 할 수록 음주는 더욱 음성화되었고, 사회적인 문제와 중독자들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실제로 대마초가 합법인 네덜란드의 대마초 흡연율은 금지국가인 미국의 절반가량이라고 한다. 마약이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사례도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감염, 일정하지않은 농도로 인한 과투여에 기인한다고 한다. 그래서 일각에서 일부 마약을 합법화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것 같다. 담배를 끊기 힘든 사람들이 의존성이 낮은 대마초로 옮겨가면서 금연의 길로 갈수도 있지 않냐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담배를 태우지 않고, 술도 찾아서 먹는 편은 아니다. 흡연자들과 술을 즐기는 사람들의 마약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싶긴하다. 언젠가 한번 물어봐야겠다.

생각해보면 마약이란 인간의 신경계에 작용해서 마비를 일으켜 환각을 보게하거나, 뇌에 작용하여 도파민을 분비하게해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물질이다. 먹으면 기분 좋아지는 대표적인 물질이 당분인데... 당분도 중독성이 있을꺼고.. 그럼 탄수화물, 당분도 마약일까?

왠지 물음표만 늘어난 것 같다. 마약은 분명 나쁘다. 근데 왜 나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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