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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관악산 산행

by A6K 2020. 11. 12.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문득 낙엽이 흩날리는 장면을 보았다. 가을이 훌쩍 흘러가버렸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시간감각까지 가져갔는지 원격근무를 하다보니 시간가는 줄을 몰랐고 그렇게 가을을 놓칠뻔했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파란 하늘이 지금보니 예뻤고, 어느새 물들었던 단풍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었다.

집 근처 관악산에 올라가려고 벼르고 벼르다가 지난 주말 등산을 갔다왔다.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길, 커다란 은행나무가 멋지게 서있었다.

미안 은행나무가 아니었구나. 느티나무라고 한다.

과천 외고 뒷길에서 관악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멋진 계곡이 있다. 가을은 낙엽이 많아서 물이 더러워보이지만 자세히보면 물은 여전히 깨끗하다.

아까 은행나무라고 오해했던 나무와 같은 종류의 나무. 사실 무슨 나무인지 잘 몰랐다. 올라가는 길에 느티나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관악산 초입은 아직 가을로 가득했다. 떨어진 낙엽이 주변에 흐드러져 있었고, 나무에는 아직 알록달록 단풍이 남아있었다.

과천에서 연주대로 올라가는 길은 골짜기를 따라 올라간다. 여름이면 옆으로 시원한 계곡물이 흘렀을테지만 9월 태풍 이후 비다운비가 내리지 않아서 완전히 말라버렸다.

심지어는 등산로 옆에 있는 약수터까지 싹다 말라버렸다. 간단하게 마실 다녀올 요량으로 아무것도 안가지고 나왔는데 걷다보니 연주대까지 올라갔다. 사실 정상은 꿈도 안꾸고 그저 경치좋은 마당바위 정도까지만 오르려고 했지만 과천에서 오르는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다. 마당바위는 정상 연주대에서 만나게 되었다.

극한직업에서 국립공원 관리하시는 분들을 본적이 있다. 산을 오르며 밟는 이런 돌들이 모두 그분들의 수고로 만들어진 것이다.

관악산은 악산 답게 돌이 참 많다. 청계산처럼 흙길이 매력적인 산도 있지만 관악산처럼 돌길이 매력적인 산도 있다. 매력적인 돌길 덕분에 관악산을 오르는 등산객은 등산화를 꼭 신어야한다. 안그려면 미끌어진다. 이번 산행에도 미끌어지는 등산객을 많이 봤다.

그리고 하산길에 내딛는 돌은 무릎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미끄러지고 무릎아픈 산이다. 그래도 돌산 특유의 매력이 자주 찾게 만든다.

사암으로 이루어진 돌길 구간이 있다. 중간중간 부스러져 매우 위험하다. 깨진 돌들은 올라가면서 옆으로 치워주는 선행도 잊지 않았다.

비가 안왔다지마 정말 황량하다.

계곡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의 특성상 볼만한 경치는 없다. 그냥 숲에 폭 안겨서 걸음을 즐길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정상에 다다를 수록 가파라진다는 것이다. 

가장 힘든 구간을 나중에 숨겨놓는 아주 음흉한 등산코스다. 덕분에 "거의 다왔는데 온김에 정상까지 가지뭐"라는 생각이 가벼이들게 된다.

연주대까지 오르는 길에 사당쪽으로 하산을 해버릴 뻔했다. 길을 잘 못 들어서... 하산하시는 등산객분이 알려주셔서 다시 하산길에서 돌아가 연주대로 향했다. 이번 산행에서는 이상하게 헤맸다.

그래도 사당쪽으로 잘 못 들어선 덕분에 사진찍기 좋은 스팟을 만났다. 산행 중간중간 시원하게 뚫려주는 이런 경치가 있어야 제맛인데... 과천쪽 등산로는 이런 재미는 적은 편이다.

연주암을 지나쳐 연주대로 오르는 등산로다. 여기까지 오니 등산객들이 갑자기 많아졌다. 과천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서울대, 안양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이 정상으로 갈수록 모여든다.

저 곳이 바로 연주대. 어떻게 저곳에 저런 건물을 지을 생각을 했을지 신기하다.

정상은 정말 붐볐다. 지난 수 년간 관악산을 정말 많이 올랐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또 처음이다. 아마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쳐 있는 사람들이 공활한 가을하늘에 밖으로 쏟아져 나온 것 같다.

연주대에 올라 바라본 경치는 참 좋았다. 저 멀리 바다까지 보인다. 처음에는 구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보니 바다였다. 미세먼지 덕에 관악산에서도 바다보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공기가 정말 맑았다.

바글바글한 사람들...

관악산 한쪽편으로 과천 시내가 보인다. 높은 아파트가 있는 곳이 과천 도심지역이고, 왼쪽으로 비닐하우스가 있는 곳이 곧 3기 신도시 택지 개발이 이뤄질 곳이다.

그 뒤로 운동장 같이 보이는 경마장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호수를 끼고 있는 서울랜드와 서울대공원이 보인다.

반대편으로는 서울이 보인다. 한강 쪽으로 현충원의 녹지가 보인다.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반포 주공 1단지... 그 옆에 아리팍. 부동산에 관심이 생기면서 산에 오르면 입지 분석부터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ㅋㅋㅋ

정상에는 오래있지 못했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댔다. 마실 나오는 차림으로 나와서 한기가 올라왔다. 게다가 공복이어서 배고픔까지 함께 찾아왔다.

하산은 연주암쪽 등산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등산에 비해 하산은 더 조심해야한다. 바위에서 미끄러지는 사람의 대다수는 하산하면서 미끄러진다. 때문에 더 조심하고 더 긴장해야한다. 긴장하면서 내려온 탓에 종아리가 박살이 났다.

한참을 내려오고 관악산 등산로 입구까지 내려왔다. 새삼 은행잎이 멋지게 느껴졌다.

과천으로 이사오고 관악산은 처음 오른 것 같다. 앞에는 청계산이 있고 뒤에는 관악산이 있는데 자주 이용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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